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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변의 옛 마을에
백마강변의 옛 마을에
공예로 온기를 불어넣다
[Deep:in] 부여 규암마을 선화핸즈, 최정민 디자이너 인터뷰
백마강변의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때 번성했던 부여 규암마을. 1960년대까지 금강 수운의 요충지로 번성했던 마을은 세월의 부침을 겪은 후, 이제 레트로한 문화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123사비공예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백제 공예 문화의 유산을 잇는 공예가들이 그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 마을 입구, 오래된 식당 건물을 개조해 백제의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공예품을 선보이는 선화핸즈 최정민 디자이너를 만나 마을의 숨은 이야기와 매력을 발견한 시간.
글 : 표영소
사진 : 신규철
규암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부여에서 한때 제일 번화했던 마을이에요. 과거 백화점과 극장 같은 상업·문화 시설이 모두 이곳에 있었죠. 큰 배가 접근할 수 있는 내륙의 수로 한계 구간이 마을 앞 나루터까지였거든요.
이곳에 자리 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였는데,
당시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 중 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이었어요. 과제를 봐주려면 저도 부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때 규암마을을 처음 방문했어요. 마을의 레트로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와닿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에도 이곳에 자리 잡은 지인들을 통해 마을의 조용한 매력을 발견할 기회가 이어졌고요. 계속 도시에서 사회생활을 해왔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백제 문화를 연구하면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볼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당시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 중 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이었어요. 과제를 봐주려면 저도 부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때 규암마을을 처음 방문했어요. 마을의 레트로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와닿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에도 이곳에 자리 잡은 지인들을 통해 마을의 조용한 매력을 발견할 기회가 이어졌고요. 계속 도시에서 사회생활을 해왔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백제 문화를 연구하면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볼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공방 자리는 원래 식당이었다고 들었어요.
장미식당 자리였어요. 번듯한 한옥은 아니지만 상가형으로 지은 근대 한옥으로, 수많은 홍수와 전쟁까지 겪은 오래된 건물이에요. 이곳 주인이 100세 가까이 되셨는데,
원래 건물을 부수려고 하셨대요. 제 제자 중 한 명이 그걸 막으려고 월세를 내고 있다가 저한테 오라고 권유를 했죠. 주인분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뒷마당에 굴을 파서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때
목숨을 구하셨다고 해요. 그런 스토리가 저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오랫동안 거의 폐가로 방치됐던 곳이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도 이 집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이 지역에서
이어져 온 것의 가치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오기 같은 게 발동해서. (웃음) 공사하면서 나온 식당 장부에서 이 집에 살던 가족들이 쓴 러브레터, 어머님 전상서 등을 발견해서
공방 한쪽에 전시해 두었고, 기존의 나무 창틀이 너무 귀여워서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선화핸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서로 다른 것들을 이어주는 에너지로서의 선(線)과 화합의 화(和). 공예품을 만들고 있으니까 여기에 ‘핸즈’를 붙여서 선화핸즈가 된 거죠. 제가 백제 유물을 테마로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를 차용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 것도 있고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해서 다양한 공예가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사실 공예는 그 물성에 대해 잘 모르고
상품 디자인을 하면 그저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아요. 겸손한 마음으로 공예가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옻칠, 목공, 도자기, 나전칠기, 미싱 등 여러 공예 분야를 직접 경험했죠.
이 마을에 오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보자기 아트도 배웠고요. 보자기는 한국의 배려와 포용의 철학이 담겨 있는 공예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옆집 사람의 얼굴도 모르고 살잖아요.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려면 저를 겸손하게 낮추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화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름도 그런 의도를 담아 지은 거예요.
백제의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공예품을 만들고 계신데, 백제 유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백제의 미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아닐까 해요. 여기에 굉장히 글로벌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 또한 이런
철학을 공간적·상품적·서비스적으로 다각도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동안 선보인 공예품들을 소개해주세요.
우선, 백제 방울잔의 형태를 본떠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방울솥과 방울잔이 있어요. 장수 지역의 곱돌로 돌 깎는 장인에게 의뢰해서 만드는데, 곱돌이 뜨거울 때 나오는 온기가 건강에 굉장히
좋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을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또 다른 온기를 만들어낸 거죠.
마그넷, 키링, 풍경 등의 나전칠기 소품, 백제의 유물을 식물화로 표현한 패브릭 작업도 있고요. 백제 금동대향로에 담긴 파노라마는 특정 형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과 조형적 아름다움이 감탄을 불러일으키잖아요. 그걸 제 방식으로 표현해서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상품을 만들고 있는 거죠.
나전칠기, 보자기 아트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마그넷, 키링, 풍경 등의 나전칠기 소품, 백제의 유물을 식물화로 표현한 패브릭 작업도 있고요. 백제 금동대향로에 담긴 파노라마는 특정 형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과 조형적 아름다움이 감탄을 불러일으키잖아요. 그걸 제 방식으로 표현해서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상품을 만들고 있는 거죠.
나전칠기, 보자기 아트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직접 만든 마을 지도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마을이 번성했던 시절의 흔적과 옛 이야기가 이곳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신 분들에게 그걸 좀 더 알려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과거의 스토리와
현재의 매력을 함께 녹여낸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원래 정보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했고요. 몇 달간 지역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자료 조사를 해서 패브릭 지도를 개발했어요. 마을 앞 강변 끝, 백제교 옆에 자온대라는 바위가 있는데요.
백제 무왕이 이 바위에서 부처를 향해 절을 했더니 그 돌이 저절로 따뜻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스스로 따뜻해졌다’는 그 의미가 너무 좋아서 지도 제목도 ‘온기를 만들어가는 규암마을’이라 지었어요.
원래 정보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했고요. 몇 달간 지역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자료 조사를 해서 패브릭 지도를 개발했어요. 마을 앞 강변 끝, 백제교 옆에 자온대라는 바위가 있는데요.
백제 무왕이 이 바위에서 부처를 향해 절을 했더니 그 돌이 저절로 따뜻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스스로 따뜻해졌다’는 그 의미가 너무 좋아서 지도 제목도 ‘온기를 만들어가는 규암마을’이라 지었어요.
마을 내 다른 공방이나 공예가들과의 교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그럼요. 굉장히 활발하죠. 자온대가 있는 마을이잖아요. 선화핸즈 바로 앞에 있는 123사비아트큐브에서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토요일에 공예 마켓이 열려요.
이 마을의 공예인들은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고지에 오른 분들이라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호흡도 길고요. 저도 그 틈에서 화합의 에너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공예인들은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고지에 오른 분들이라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호흡도 길고요. 저도 그 틈에서 화합의 에너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공예주간 거점도시로 선정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죠.
행사 이후로 마을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신기해요. 저희가 정말 열심히 하긴 했거든요. (웃음) ‘과거부터 현재까지 규암마을을 품어온 온기 나무’라고,
마을의 아이덴티티를 이미지화한 작업이 있는데, 그게 이번 공예주간 포스터의 키비주얼로 사용되기도 했죠. .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은 이 공간에 테이블이 하나뿐이라 두 팀만 방문해도 꽉 차게 느껴지거든요. 매장 뒤에 조그마한 한옥이 있는데, 오신 분들이 차 한 잔이라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그 공간을 활용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대형 작업물도 제대로 전시해 놓고요. 나전칠기 공예, 보자기 아트 같은 체험으로 이어지는 한옥 방탈출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형 작업물도 제대로 전시해 놓고요. 나전칠기 공예, 보자기 아트 같은 체험으로 이어지는 한옥 방탈출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부여를 찾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규암마을을 경험하면 좋을까요.
사실 규암마을은 군산처럼 면적이 넓거나 강경의 드라마 세트장처럼 멋지게 차려 놓은 곳은 아니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죠. 한마디로 어떤 시선으로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발견하는 재미와 매력이 있는 동네죠.
멋있게 편집된 이미지만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이곳에서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거든요.
멋있게 편집된 이미지만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이곳에서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거든요.
편집숍이나 카페는 정해진 시간에 딱 문을 열고 닫지만, 공방은 조금 달라요. 때론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기도 하고,
공방을 알리기 위해 강의도 하고 행사에 동원되기도 하고요. 각각의 사연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런 점들을 알고 이 마을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