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물 흐르는 풍경,
서귀포의 계곡과 폭포를 찾아서

서귀포의 계곡과 폭포
한라산에 내린 비는 화산암 지층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산 남쪽 곳곳에서 계곡과 샘, 폭포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태고의 숲이 품은 옥빛 계곡부터 바다 위로 물줄기가 세차게 떨어지는 해안 폭포까지. 제주도 서귀포의 푸른 물길을 이정표 삼아 생명력 넘치는 여정을 떠나보자.
깊은 숲 속에 숨은 비경을 찾아, 원앙폭포
원앙폭포로 향하는 탐방로에 들어서자마자, 습기를 머금은 짙은 숲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나무 아래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걷는 동안 콩짜개덩굴, 이끼와 한란같이 습한 기후가 키워낸 원시의 생태계가 펼쳐진다. 20여 분을 걸어 폭포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비로소 원앙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두 갈래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나란히 쏟아지는데, 금슬 좋은 원앙 한 쌍이 이곳에 살았다 하여 붙은 폭포의 이름이 절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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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형성된 암반 위 웅덩이는 최대 수심이 5미터에 이르는데, 이 폭호가 원앙폭포의 진정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더없이 맑고 투명한 폭호의 수면 위로 햇살이 드리우면 에메랄드처럼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용천수 덕에 여름철이면 이곳을 천연 수영장으로 이용하는 이들로 붐빈다. 물론 한여름이 아니더라도 찾아갈 만하다. 사시사철 울창한 상록수림과 바위 위를 뒤덮은 양치식물이 내뿜는 싱그러운 공기가 몸과 마음을 정화해줄 터이니 말이다. 연중 내내 마르지 않는 풍성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입수는 7~8월 사이에만 가능하다. 원앙폭포 데크길의 계단 구간 이후에는 바위와 돌이 섞인 구간이 있기 때문에 편한 옷차림과 신발이 필수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돈내코로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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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떨어지는 세찬 물줄기, 정방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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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폭포는 유독 서귀포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의 지형·지질적 조건이 폭포 형성에 알맞기 때문이다. 서귀포에는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수직 암벽이 발달했고, 지형의 경사 역시 제주 북쪽보다 가파른 편이다. 특히 한라산 남사면은 강수량이 풍부하고, 지하로 스며들었던 물이 샘으로 다시 솟아나는 용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시 물이 흐르는 하천이 많다. 이 하천이 큰 고저차를 만나면서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게 된다.
즉, 서귀포의 폭포는 단순히 관광 자원이 아니라 화산섬의 신비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정방폭포는 물줄기가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 희귀한 형태를 띠며, 국내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유일한 해안 폭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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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미터 높이의 정방폭포는 고개를 들어야 그 끝을 볼 수 있다. 꼭대기에서 물줄기가 세차게 떨어지는 풍경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폭포수가 암석에 부딪혀 사방으로 물방울을 흩뿌리는 모습도 찬란하게 아름답다. 해안 폭포는 폭포를 등지고 섰을 때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의 너른 수평선이 기다리는 덕분이다. 폭포 앞 바위 위에 앉아 파도 소리와 폭포 소리를 함께 들으며 잠시 쉬어 가도 좋다. 쇠소깍에서 시작해 이중섭 거리 인근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6코스에 속해 있어 올레길을 따라 10여 분 더 걸어 소정방폭포를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칠십리로214번길 37
  • 입장료 : 어른 2,000원, 어린이・청소년(7~24세)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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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우와 카약을 타고 협곡을 누비다, 쇠소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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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발원해 미악산(솔오름)과 돈내코를 지나 서귀포의 동남쪽을 관통하며 흐르는 효돈천은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속도를 늦춘다. 해안과 만나는 효돈천 하구에 담수와 해수가 섞이며 형성된 웅덩이가 쇠소깍이다. 기암괴석이 그대로 드러난 협곡과 그 사이를 잔잔히 흐르는 비취빛의 물 덕에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효돈의 옛 지명인 쇠둔의 ‘쇠(소)’, 웅덩이를 뜻하는 ‘소’, 강의 하구를 뜻하는 제주 방언 ‘깍’이 합쳐진 것이다. 이곳엔 신분 차이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차례로 몸을 던졌다는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진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이들의 가련한 넋을 기리기 위해 인근에 당(堂)을 마련했고, 가뭄이 들 때면 쇠소깍에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해녀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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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쇠소깍 일대는 제주 전통 배인 테우와 나룻배 카약을 탈 수 있는 이색 체험 장소로 활기를 띤다. 해설사가 풀어주는 쇠소깍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뗏목 배인 테우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나룻배 카약을 선택해보자.
장군바위, 부엉이바위, 코끼리바위처럼 저마다 별명이 붙은 기암괴석을 지나고, 맑은 수면 아래로 헤엄치는 수중 생물을 바라보는 것도 뱃놀이의 묘미다. 풍경만 즐기고 싶다면 쇠소깍이 내려다보이는 계곡 위 데크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류 방향으로 이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올레 6코스의 시작점인 쇠소깍 다리가 나오고, 다시 해안가로 돌아와 바로 옆 하효 쇠소깍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검은 모래사장을 볼 수 있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쇠소깍로 104
문학적 정취가 서린 풍경, 안덕계곡
제주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주서로를 타고 50여 분을 달리면 안덕계곡에 닿는다. 안덕면에 자리한 안덕계곡은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한 정적인 운치가 느껴지는 곳.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된 깊은 계곡으로, 협곡을 따라 조성된 생태탐방로를 탐험하듯 거닐 수 있다.
안내판을 따라 탐방로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물이 흐르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햇빛을 가릴 정도로 우거진 난대림 고목과 바위 틈새로 고개를 내민 고사리 덕분일까. 걷는 내내 고즈넉한 정취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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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으로 솟은 절리가 병풍처럼 둘러싼 광경은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시대 학자들도 이 풍경에 반해 안덕계곡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같은 난대림 식물, 다양한 양치식물과 희귀식물인 상사화 등 3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안덕계곡의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주상·판상절리 같은 독특한 지질 구조부터 탐라시대 후기 사람들이 머물렀던 바위 그늘 집터까지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