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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세월이 깃든
돌담 따라 가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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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길목에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강원도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고아한 정취를 간직한 오래된 마을을 거닐며 옛 이야기를 마주한다. 흑백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한옥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속초 가을 여행법.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속초 시내에서 설악산 소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옛 마을이 자리한다. 가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 상도문 돌담마을이다. 조선 시대 인동 장씨와 밀양 박씨, 강릉 박씨, 강릉 김씨, 해주 오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면서 시작된 마을은 오늘날에도 시간이 멈춘 듯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속초에서 마지막까지(1985년) 한문 서당이 남아 있던 마을이기도 하다. 어깨 높이 정도로 이어지는 낮은 돌담은 마을의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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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서쪽으로는 설악산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는 설악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가는 쌍천이 흐르는데, 그 덕분에 예부터 하천 주변에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크고 둥근 돌이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 돌로 직접 쌓은 돌담은 오늘날 마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에 ‘상도문 문화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돌담을 마을의 문화 자원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 구석구석까지 걸음이 이어진다. 고양이, 강아지, 제비, 참새 등 동네에서 쉽게 마주치는 동물을 그려 넣은 귀여운 스톤아트, 돌과 철로 만든 조형물이 곳곳에 숨어 있어 골목 전체가 마치 하나의 야외 갤러리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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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를 얹은 담장 위로는 계절의 색을 입은 꽃과 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마을 내 집 대부분 대문을 따로 두지 않아서 안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생활감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소탈한 풍경이 낯선 외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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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의 풍류가 머문 자리, 학무정
상도문 돌담마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매곡 오윤환이다. 조선 말기 상도문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까지 활동한 유학자로, 그가 55년간 매일같이 써 내려간 <매곡일기>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당시의 풍습과 마을에 대한 기록물로 높이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에는 창씨개명과 신식 교육에 반대하며 서당을 세우고 한학에 매진했는데, 그가 후학을 가르치고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학무정(鶴舞亭)이 마을 남쪽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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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모양의 단정한 정자는 ‘하늘에서 학이 춤을 춘다’는 뜻의 이름처럼 우아한 자태의 소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다. 오윤환 선생이 쌍천 주변의 경치 좋은 아홉 곳을 골라 지은 ‘구곡가(九曲歌)’ 중 제2곡이자, 오늘날 속초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마을 내에는 그가 나고 자란 집이 남아 있으며, 담벼락 곳곳에 구곡가의 구절이 적혀 있어 마을의 역사와 풍경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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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무정 인근에 있는 속초도문농요전수관도 눈여겨볼 만하다. 농사일을 할 때 부르던 도문농요는 상도문 마을의 농경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2007년 강원도무형문화재 제20호에 지정됐다. 특히 메나리 소리(김매기 소리)는 도문농요를 대표하는 소리로, 느리고 구성진 가락이 여느 지역의 농요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도문농요전수관은 농요 전수 교육과 연습을 위한 공간이라 일반인에게 상시 개방하지는 않지만, 도문농요의 명맥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 주소 : 강원 속초시 도문동 33-1
소나무 숲에서 만나는 마을의 시간, 송림쉼터
도문농요전수관 뒤편으로 난 길은 마을 연못과 송림쉼터로 연결된다. 숲으로 향하는 길 한쪽에선 초가지붕 아래 디딜방아를 재현하고 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는 작은 공간도 구경할 수 있다. 아담한 연못을 마주한 송림쉼터에 들어서면 육송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금강송 사이로 돌을 쌓아 조성한 산책로가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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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긴 그늘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평온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오래된 소나무의 거칠게 갈라진 굵은 줄기에선 마을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벤치는 물론, 나무로 조각한 곰과 학 같은 귀여운 조형물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느긋하게 산책을 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흑백사진 한 장에 담는 오늘, 육모정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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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문 돌담마을을 찾은 이들은 마을 안쪽, 길모퉁이에 자리한 ‘육모정상점’에서 추억을 남기곤 한다. 1984년부터 할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상점을 사진가인 손자가 물려받아 흑백 셀프 사진관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육모정’은 육각형 정자인 학무정을 부르던 또 다른 이름. 글자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옛 간판과 미닫이 출입문, 가게 앞 나무 벤치 등이 그대로 남아 옛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강릉에서 일하는 남편을 대신해 그의 아내가 사진관을 찾은 이들을 맞아준다. “남편이 이 마을에서 20대 중반까지 살았어요. 시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시느라 바쁘셔서 상점을 운영하지 못하시니까 셀프 사진관을 연 거죠. 사진관 뒤편의 주거 공간에는 부모님이 아직도 살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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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명인을 비롯해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흑백 사진을 걸어놓은 한쪽 벽면에는 옛 상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에 띤다.
내부는 할머니 댁에서 볼 법한 예스러운 장롱과 빈티지 소품 등으로 꾸며져 있어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색다른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제격.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유롭게 촬영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진은 즉석에서 출력하거나 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다.
  • 주소 : 강원 속초시 상도문2길 53
  • 영업시간 : 월・화・금 11:00pm~2:00am, 토 11:00am~4:00pm (수・목・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sixmo7345)으로 영업일 & 영업시간 확인 후 방문 추천
오래된 한옥에서 누리는 가을 한 잔, 도문
기념 촬영까지 마쳤다면 ‘도문’ 카페로 걸음을 옮겨 마을 산책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상도문의 오래된 한옥을 고쳐 문을 연 곳이다. 속초 출신인 전제현 대표는 우연히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한다. “2021년 2월에 문을 열었으니까, 5년이 넘었네요. 가족들이 도문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저도 이 마을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어릴 때 친한 형네 집에 놀러 왔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육모정상점이 그 형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옛집은 틀만 남겨두고 거의 대부분 손을 봤지만, 한옥의 고유한 멋과 전통미를 살렸고 집을 고치면서 나온 돌들로 돌담을 새로 쌓아 마을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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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애정 어린 손길이 담겨 있는 정원도 정갈하다.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을 곁들이며 마을 산책의 여운을 음미해보자. 제철 식재료로 선보이는 계절 메뉴도 놓치면 아쉽다. 가을에는 사과, 시나몬, 클로브를 조합한 목테일 콘셉트의 음료부터 진부령 밤으로 만든 보니밤, 밤 페이스트를 활용한 진한 밤 라테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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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이름은 마을의 지명에서 따온 것. 도문(道門)의 유래에 관해서는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설악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과 양양 강현면 강선리에서 내려온 신선이 이곳에서 설악산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는 설 등이 전한다.
어느 쪽이든 이 마을이 예부터 설악산으로 향하던 이들이 지나는 관문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도객 대신 여행객이 잠시 머문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을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상도문1길 31
  • 영업시간 :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domun_coffee)으로 영업일 & 영업시간 안내
  • 가격 : 아메리카노 6,000원, 미숫가루 7,000원, 쌀 르뱅쿠키 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