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MHAE

 

김해 레트로 vs 모던 여행

왼쪽은 한옥 기와와 벽화가 남은 옛 골목, 오른쪽은 은은한 조명의 모던한 카페 내부를 나란히 둔 레트로와 모던의 대비
김해에서 찾은 과거와 현재의 대비. 정겨운 벽화마을과 100년 된 정미소에서 레트로 감성에 젖었다가, 세련된 카페와 분위기 있는 바에서 김해의 모던한 매력에 반하는 하루.
레트로 Retro
앙증맞은 옛 골목 탐험, 찬새내골 이야기길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희미한 옛 노래가 까치의 울음과 뒤섞여 바람을 타고 나른히 퍼지고, 봄 햇볕이 붉은 지붕을 노릇하게 덥히는 골목길의 풍경. 진영읍 금병산 자락에 자리한 찬새내골에는 정겨운 하루가 흐른다. 금병산에서 솟는 차가운 샘물 덕에 ‘찬새내’라는 이름이 붙은 동네에서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골목을 정비해 찬새내골 이야기길을 조성했다. 서부골 마을이라고 적힌 골목 초입부터 시작해 발 아래 그려진 파란 물결을 따라 걸음을 옮겨본다.
실래골 마을 시멘트 담벼락에 꽃 모자이크와 한글 마을 이름, 커다란 손 모양 모자이크가 새겨진 벽화마을 입구
흰 벽에 그려진 빨간머리 앤 벽화로, 햇살이 드는 주택 외벽에 만화 캐릭터가 정겹게 채색되어 있다
흰 담벼락에 검정 고무신 글씨와 만화 캐릭터들, 이웃집 토토로까지 그려진 레트로 감성의 벽화마을 골목
야트막한 경사길 양옆으로 자리한 주택의 외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빨간머리 앤, 이웃집 토토로와 검정 고무신 등 만화 속 캐릭터부터 여인들이 빨래하던 마을의 옛 모습, 진영의 특산물인 단감 그리고 나비와 고라니 같은 산골의 생명체들이 선명한 빛깔로 길목마다 생기를 더한다.
찬새내골이 유달리 정답고 포근한 마을로 느껴지는 이유는 집마다 내건 문패 덕분인 듯하다. 이름 옆에 가족사진과 함께 저마다 별명이나 가정사, 시구절을 적어놓아 보는 재미가 있다.
기와를 얹은 나무 정자 쉼터 아래 돌담 위 나무 벤치가 놓이고 뒤편 타일에 산수 그림이 채색된 마을 쉼터
노란 벽 처마 아래 쉼터에 색색의 이불이 차곡차곡 쌓이고 나무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가 놓인 정겨운 풍경
햇볕 드는 좁은 시멘트 골목길 양옆 담장에 나비와 꽃 모자이크가 점점이 박힌 한적한 벽화마을 길
빨래하던 옛 여인들을 형상화한 황금빛 동상과 타일로 꾸민 참새미 우물이 재현된 마을 한쪽 풍경
‘찬새내골을 누비는 산다람쥐’ ‘찬새내골 최고 구성진 사투리꾼!’ 등 재치 가득한 문구를 읽으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다. 초대받은 손님인 양 유쾌한 기분으로 골목을 누벼본다. 실제 사용하던 우물인 참새미, 빨래터에 세운 조각상과 더불어 찬새내골 우표 전시관이나 할머니집 안방처럼 꾸민 포토존 등 소박한 즐길 거리도 있다. 아껴 읽는 소설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마주하는 찬새내골 주민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다.
  • 주소 :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 394-5
정미소에서 맛보는 피자와 파스타, 안인정미소 & 개나리주택
검은 외벽에 정미소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힌 벽돌 건물로, 옛 정미소를 개조한 공간의 외관
진영읍에서 차로 30여 분, 김해의 원도심 봉황동. 소품숍과 카페, 식당이 즐비해 봉리단길이라 불리며 젊은 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거리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룬다는 이 동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곳, 안인정미소 & 개나리주택을 찾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미소였던 건물이 로컬 레스토랑으로 재탄생한 곳. 안인정미소는 1920년부터 100여 년간 동네를 지켰다고 한다. 정미소라는 개념이 낯설게 다가오는 세대에겐 잘 보존된 이 공간 자체가 색다른 감성으로 느껴질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정미소의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칠이 벗겨진 간판과 때 묻은 기계, 녹슨 철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옛 정미소의 현미기 등 낡은 기계를 그대로 둔 채 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식당으로 꾸민 내부
나무 테이블 위에 파르메산을 올린 리조또와 채소 튀김 요리, 붉은빛 음료가 함께 차려진 한 상
높은 나무 들보 천장과 붉은 벽돌 바닥에 화분과 테이블을 배치해 따뜻하게 꾸민 정미소 카페 내부
특히 한쪽에 놓인 현미기와 분리기, 연미기 등 실제로 사용되던 기계 덕에 옛 정미소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과 따뜻한 빛의 조명, 토마토 캔과 와인 병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포근한 분위기를 풍긴다. 3년전, 봉리단길 끝에 자리한 개나리주택이 안인정미소 공간으로 들어와 지금은 두 가게가 푸드코트 형식으로 함께 운영 중이다. 피자와 파스타 등 안인정미소의 양식 메뉴와 함께 개나리주택의 스프카레와 크림카레라이스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소스와 도우를 직접 만든 정성스러운 음식을 내어주고, 양 또한 넉넉해 풍족한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 주소 : 경남 김해시 봉황대길 62-1 1층
  • 영업시간 : 매일 11:00am~8:30pm(3:00pm~5:00pm 브레이크타임, 7:50pm 라스트 오더)
  • 가격 : 라구 비앙코 트러플 파스타 1만7,900원, 반반피자 3만 9,000원, 토마토 가지 튀김 1만 3,000원
모던 Modern
한국적인 미를 살린 카페, 쿼크커피바
QUAR·K 간판과 세로형 네온사인이 빛나는 어두운 톤의 모던한 카페 쿼크커피바 외관
결이 살아 있는 나무 벽과 낮은 우드 테이블, 갓을 씌운 플로어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 내부
은은한 간접조명 아래 긴 공용 테이블을 가운데 둔 어두운 실내에서 손님들이 둘러앉아 차를 즐기는 모습
김해는 금관가야의 중심지였다. 옛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도시에 어울리는 모던한 멋은 무엇일까? 한국의 고전미를 품은 카페 쿼크커피바는 그 멋에 조금 어울리는 듯도 하다. 김해의 율하 신도시 지구에 자리한 카페의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도시 풍경은 아스라히 멀어진다. 목재와 석재, 한옥의 구조와 백자 달항아리 그리고 낮은 조도의 조명이 어우러져 독자적인 공간을 자아내기 때문. 창호지를 바른 격자창, 약간의 단차를 두어 대청마루를 표현한 카페 바, 한옥의 쪽마루, 댓돌을 형상화한 좌석 구조가 단아한 멋을 풍긴다.
검은 슬레이트 접시에 개성주악과 모약과 등 한입 디저트가 놓이고 옆에 맑은 전통차 잔이 곁들여진 상차림
팔각을 올리고 계피 가루를 뿌린 시그니처 라테가 흰 잔에 담겨 받침과 스푼과 함께 놓인 모습
나무로 마감한 공간에 창과 자갈 바닥, 받침대 위 흰 구 오브제가 절제된 한국적 미감을 보여주는 실내
우드톤 벽과 둥근 천장 조명 아래 커피 머신을 갖춘 길고 묵직한 바 카운터가 자리한 공간
에스프레소에 노른자와 계피, 육두구와 팔각을 곁들인 시그니처 라테와 김해의 전통 발효차인 김해장군차, 금과명주 등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 메뉴, 개성주악과 모약과 같은 디저트까지, 한국적인 미는 인테리어에만 적용한 게 아니다. 고운 폼 위에 계피 가루를 한가득 뿌리고 팔각으로 장식한 시그니처 라테는 코 끝을 스치는 매콤한 향이 몸을 덥히고, 달걀노른자가 들어가 진한 맛이 느껴진다. 가야시대부터 전해 내려왔다는 전통차인 김해장군차는 3분간 우린 후 따라 마시니 떫지 않고 향이 은은하다. 조청이 진득하게 베어나는 개성주악과 함께 곁들이면 차분한 티타임이 완성된다. 원두는 직접 로스팅하고 디저트 역시 직접 만드니 맛의 퀄리티 역시 공간의 멋에 걸맞다.
  • 주소 : 경남 김해시 율하6로 55
  • 영업시간 : 카페 11:00am~11:00pm, 에스프레소바 8:30am~2:00pm
  • 가격 : 시그니처 라테 7,500원, 김해장군차 1만 원, 개성주악 플레이트 1만 1,000원
도시의 밤을 밝히는 낭만,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나무 선반에 위스키와 리큐어 등 다양한 술병이 빼곡히 진열되고 아래에 칵테일 잔이 정렬된 바 선반
술병이 가득한 선반을 배경으로 흰 스웨터 차림 바텐더가 능숙하게 셰이커를 다루며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
바텐더가 병에 든 술을 지거에 따라 잔으로 옮기는 손동작을 가까이 담은 칵테일 제조 장면
홀로 불 켜진 뉴욕 맨해튼의 바에 앉은 사람들을 화폭에 옮긴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처럼, 어둠이 내려앉은 황량한 밤을 밝히는 공간이 김해에도 있다. 싱글몰트 & 시그니처 칵테일 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다. 긴 카운터와 높은 의자를 둔 전형적인 서양식 바 형태의 내부에 들어서면 바텐더 뒤로 자리한 술병들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위스키와 코냑, 진 같은 스피릿부터 형형색색의 라벨을 단 리큐어까지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피터팬 증후군’ ‘시체 되살리기 프로젝트’ ‘저널리스트의 이중생활’처럼 독특한 이름을 단 시그니처 칵테일부터 와인과 맥주, 위스키까지 메뉴판 속 종류가 다양하다. 무얼 선택할지 고민된다면 바텐더에게 요청해보자. 취향과 주량에 맞는 술을 찾는 팁부터 메뉴판에 없는 클래식 칵테일 등 커스텀 메뉴까지 세심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벽면 가득한 선반에 위스키 병이 빼곡히 진열되고 ㄷ자형 바를 따라 나무 의자가 늘어선 바 내부
왼쪽은 유리볼에 식물을 담은 테라리움 콘셉트 칵테일, 오른쪽은 오렌지빛 칵테일과 치즈 플레이트를 곁들인 모습
주문한 칵테일은 테라리움을 콘셉트로 한 헤이즐넛 카이피리냐와 안개 속에서 피어난 장미를 형상화한 미스티 와일드 플라워. 바텐더의 능숙한 손놀림을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도 잠시, 금세 완성된 칵테일의 생김새는 그 과정보다 배는 화려하다. 도수가 비교적 낮은 헤이즐넛 카이피리냐는 남미의 열대우림이 떠오르는 너티하고 달짝지근한 맛, 도수가 높은 미스티 와일드 플라워는 의외로 무겁지 않고 상큼하다. 호퍼의 그림을 등지고 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니 뉴욕 맨해튼에서 지새우는 밤이 부럽지 않다. 율하 외에도 삼계동에 매장을 두었으니 여행 일정에 맞춰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 주소 : 경남 김해시 율하7로 21 101호
  • 영업시간 : 매일 6:00pm~6:00am
  • 가격 : 헤이즐넛 카이피리냐 2만 3,000원, 미스티 와일드 플라워 2만 7,000원, 로열 샤퀴테리 3만 5,000원